2018
| 저자 | 김효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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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서쪽
지문을 찍고 나면
한쪽 심장을 내준 것 같아
지문 인식기를 통과할 때마다
누군가 대신 거기 서 있는 것 같아서
서쪽은 운명의 절반밖에 사용할 수 없는 부위
나는 왜 먼발치에 서 있는 사자처럼
무른 사과를 먹는 기분이지
나무 위에서 새끼를 낳아 떨어뜨리는 독사처럼
태어난 서쪽은 늘 모른 척하고 싶은 얼굴
간절할 때만 찾아가 울다 오는 노을 속
행운의 나침반은 늘 내일 내일을 가리키고
굴러갔는데 굴러오지 않는 돌
허공에 등을 걸었다 맑았다 흐려지는 내 등에
누가 엎드려 울다간 흔적일까
강물에 두 손을 모으고 오래 물을 흘려보냈다
무엇으로 서쪽을 닦아 내 지문을 지울 것인가
가만히
찔레꽃이 핀다 슬개골이 아프다

김효선 ㅣ
2004년 《리토피아》 등단. 시집 『서른다섯 개의 삐걱거림』 『오늘의 연애 내일의 날씨』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6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