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저자 | 장미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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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정원
아마도 정원에서는
외투 속에 빈 상자를 숨긴 사람들이 나무 대신 걸어 다닌다
일정하게 비어 있는 간격 위로 하나 둘 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들
나무였던 기억에서 벗어나려는 잎사귀들
나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나로부터 멀어지는 뒤통수와 가능한 만큼 정원을 비추는 빛
어깨를 두드리지 못하는 손은 주머니 속에서 차갑게 식어가겠지
울음도 없이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새벽을 찢고 날아오르는 새떼
우리가 걸었던 정원은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길어지는 그림자 속에서 무한히 어두워질 수도 있었다
어떤 기억은 상상 속에서만 자라나지
단 하나의 정원에서 나무가 평생의 그림자를 키우듯
멀어지는 뒷모습은 모두 너를 닮았다 나는 둥근 뒤통수를 쓸어주고 싶다
플라타너스 잎사귀 같은 커다란 손으로
나는 정원으로부터 뒷걸음질 치는 사람 가능한 만큼 정원과 멀어지고 싶은 사람 장면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뒷걸음질 치면서 정원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
바람이 나뭇가지를 뒤흔들고 가지 위로 눈이 쌓이고 눈이 녹으면 가지는 축축이 젖고 바람이 젖은 가지를 말리고
나뭇가지는 자신을 벗어난 잎사귀를 그리워하고 잎사귀는 나뭇가지를 기억하지 못하듯
상자가 비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고 사람은 외투를 단단히 여민다
계절이 사람을 지나친다
한 점 흠집도 없이

장미도 l
2020년 《문학과사회》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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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