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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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배홍배 

   

 

 

 

 4분 33초*

 

 

 

 

 

  무릎 끝에서도 희끗희끗 머리카락은 자랐다

  반백으로 구부러지기까진 아득한

  거리, 의자를 당기어 고쳐 앉는 제1악장은

  숨 멎는 33초

  초시계는 사람의 맥박을 향해 높이 뛰었다

 

  낯선 외다리에 모로 가까워지고 싶은 얼굴은

  한번은 속 좁은 몸뚱이었을까

  빙글 돌아서 눈을 막으면 채워지는 귓구멍도

  보았겠다, 윙윙

  뜨거운 핏속을 순환하는 찬바람 소리 들렸다

 

  서둘러 미루다 느릿느릿 까먹는 숨 쉬는 법을

  두세 번은 잔기침으로 기억하고

  좌석의 등급이 꼬여 먼 끝자리까지 따로따로

  숨 밀리는 2분 40초

  싸구려 빗방울들은 2악장으로 나직이 뿌려졌다

 

  피아노 뚜껑을 닫고 다시 여는 깜박 꿈자리는

  서너 번은 잠꼬대로 웃음을 참고

  견딜 수 없을 만큼 움찔거리는 입의 모양대로

  여기까지 왔구나

  우연히 하룻밤은 홀려 멀리 걸어가고 싶었구나

 

  발등 안으로 달아나려는 턱을 앙다무는 소리,

  소리끼리 부딪쳐 진저리쳐서

  기척을 감춘 표정 외진 곳에 음표와 쉼표는

  이정표로 세워지고

  우아하게 스톱워치는 멈췄어도 이빨은 시렸다

 

  이리저리 뒤집다 슬그머니 허전해진 손바닥이

  섞이는 제 3악장 운명의 손금을

  귀머거리 피아니스트는 졸음의 깊이로 해석하고

  헝클어진 손가락

  교대로 펴가며 머뭇머뭇 눈 먼 부처가 될 때

 

  무대를 향해 조용히 내던져지는 물음과 물음은

  다시 마주하는 지루한 욕설,

  가청주파수 밖에서도 지구는 웅성웅성 돌았다

  숨 쉬는 1분 20초

  나란히 금지된 부질없이 넓은 머릿속 텅 빌 때

 

 

                           

  * 피아노 소리가 없는 피아노 음악. 자연의 모든 소리도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존 케이지의 1952년 실험적인 작품. 1악장 33초, 2악장 2분 40초, 3악장 1분 20초로 이루어짐.

 

 

 

 

 

 

 

 

 

 

 


 

신작시_배홍배.png

배홍배  l 

2000년 《현대시》 등단. 시집 『단단한 새』 『바람의 색깔』(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라르게토를 위하여』 등, 산문집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 『풍경과 간이역』 『Classic 명곡 205』 『내 마음의 하모니카』 『빵 냄새가 나는 음악』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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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