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권혁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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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2
오르지 못할 나무는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다
나무 그늘 아래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무라듯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스카치테이프로 커피 캔디 붙인 전도지를 나눠주는
사근동교회 집사님들
그거 사탕발림이에요
불신지옥의 달콤 버전이죠
한화오션 대표이사랑 나랑
동명이인이다
자기 이름 검색하는 것도 저승사자가 하는 짓인데
맨홀에 빠진 사람처럼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나오는 기분이다
냉방 잘된 퀸즈 레스토랑
옥상에서는 땀을 뚝뚝 흘리며
실외기가 열기를 내뿜느라 한창이다
식사 중인 사람들 뒤로
알프스의 전원 사진이 근사하다
요는
여기가 산지직송이라는 거다
전생에서 현생까지
한 번에 차려낸 풀코스다
내가 메뉴판에서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스테이크가 되었다
원반이 된 그에게
앉아, 굴러, 손, 예쁜 짓,
해도 들은 척 않겠지만
장례식을 상조회가 주관한 이후
반찬과 육개장 맛이 모두 같아졌다
망자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모두 같아졌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들 먹어
병풍 뒤에서 나와
실내를 한 바퀴 휘 둘러보고 돌아가는 그이
너는 육개장을 먹을 때마다
뒷짐 진 그 뒷모습을 기억하게 된다

권혁웅 l
1997년 《문예중앙》 등단. 시집 『마징가 계보학』 『소문들』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세계문학전집』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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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