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저자 | 홍인혜 | ||
|---|---|---|---|
통속
여기 조르는 사람이 한 명
달라고
사랑해 달라고
미친 사람도 한 명
제정신이 쓸쓸해서
사람에게 미쳤다
둘은 마주 앉아 시샤*를 피운다
물을 졸라대면
향긋한 이야기가 피어오른다
몽환의 고치 속에서
천 겹의 밤을 자아내며
걷고 또 걷다
뒤꿈치가 풀어지고 무릎을 놓쳐도
숯이 쓰러지면 밤도 쓰러진다
기침의 모서리에 고치가 찢어진다
마침내 연기가 매캐해지자
조르는 사람이 말한다
달라고
꺼져 달라고
미친 사람은 미친 눈을 감는다
시샤가 꺼지고 있는 줄 알았더니 밤이 사위고 있구나
밤이 사위고 있는 줄 알았더니 사랑이 꺼지고 있구나
안으로 날아들다
창문에 부딪혀 죽은 햇빛들과
하얗게 늙어버린 숯
그는 눈을 뜨고 그것을 본다
미처 어디에도 미치지 못한 눈으로
* Shisha, 물담배

홍인혜 l
2018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우리의 노래는 이미』, 시산문집 『고르고 고른 말』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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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