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024
Extra Form Output
저자 문형렬 

   

 

 

 

 경주, 소리 낸다

 

 

 

 

 

  어려서 입 하나 던다고 

  분황사에 나를 버렸거나

  일찍 죽는다고

  젖 떼기도 전에 

  부처님 수미단 아래 

  공양미처럼 

  흰 배냇옷 겹입힌 채로 몰래 두고

  홀로 마음 아파서

  불인두에 입술 대며

  엄마, 

  소스라쳐 허공에서

  꽉 잡았던 아기 손처럼

  연붉은 그림자 얼굴

  경주……

  입속에서 소리만 내어도

  가슴은 말발굽처럼 울렁거려서

  뼈마디마다 푸른 연꽃이 떠나간다

 

 

 

 

 

 

 

 

 

 

 


 

신작시_문형렬.png

문형렬  l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 198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꿈에 보는 폭설』 『해가 지면 울고 싶다』 『너의 이름만으로 행복했었다』, 장편 소설집 『바다로 가는 자전거』 『눈먼 사랑』 『연적』 『어느 이등병의 편지』 등, 동화집 『성 프란치스코』 『싯다르타 흰 고무신을 선물하다』 등이 있음. 〈현진건문학상〉 수상.

 

 

 

—

2024년 6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