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저자 | 김지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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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견디는 것은 물의 일이다
물줄기는
바위와 흙을 오래 깎아내어
수천 년을 물이 지나간 흔적
하늘도 바다도
너무 깊어서 푸르다
무서운 일이다
푸른색에 지쳐
물드는 단풍도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 올라가려고
나뭇가지는 자꾸만 높아지나
마르고 추운 곳에서도 크는 때죽나무의
꽃들은 죄다 고개 숙여 노려보고 있다
언젠가 떨어질
바닥을
어디까지 참을 수 있나
서산에 저무는 해에게 묻는다
얼마나 많은 날을 곤두박질쳤을 것인가
푸른색이 아무리 깊어도
어둠은 모든 색을 덮어버린다
끝없이 올라도 다시 추락하는
폭포는
어떤 심정으로 또 오르는가
물소리가 사납다
어둠 속에서
푸른색들은 또 어떻게 기다리나
다시 잃어버릴 새벽을
나는 그것을 또 어떻게 배우나

김지윤 l
2006년 《문학사상》 신인상(시),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 당선. 시집 『수인반점 왕선생』, 공저 『시, 현대사를 관통하다』 등이 있음. 〈시와시학상〉 수상. 현재 상명대학교 한국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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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