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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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승영 

   

 

 

 

 궁동 34번길

 

 

 

 

 

  자다 말고 우린 주인집으로 갔다

  꿈을 꾸다 말고 우린 비를 피해야 했다

  주섬주섬 주인집으로 옮겨갔다

  윤이 나는 청마루를 지나 모르는 이불을 덮고

  꾸던 꿈을 마저 꾸기로 했다

 

  월남치마를 입은 몸매가 좋은 주인집 아주머니

  가끔씩 노란 바나나를 주었던

  비가 새서 웃어주었던 아주머니

  비가 새는 집에서 소꼽놀이처럼 살았다

  오래된 나무를 한 번씩 오르내리면서

  같은 공간 속 다른 꿈을 꾸었던 집

 

  피워놓은 연탄불이 꺼지지 않도록 엄마는 자주 말했다

  연탄불이 꺼질까 봐 언니는 조마조마했지만 나는 안 그랬다

  절 밑의 문간방에서 몇 번의 여름을 지냈고

  그 여자는 내가 봐 왔던 여자 중에 가장 빛났다

  비가 새서 많이 웃어주었던 그 여자

  우리는 가난하고 심심했고

  심심해서 아름다웠던 집

  날마다 비가 내리는 집

 

 

 

 

 

 

 

 

 

 

 


 

신작시_유승영.png

유승영  l

2011년 《서정과현실》 등단. 시집 『하노이 고양이』(세종우수도서), 합동 시집 『시골시인-K』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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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