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024
Extra Form Output
저자 이영춘 

   

 

 

 

 밤의 날개

 

 

 

 

 

  고요가 조용히 날개를 펼칩니다

  팔랑이는 이파리처럼, 이파리의 날개처럼

  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산비둘기들이 마을로 내려옵니다

  내려와 잠드는 내 집 처마 끝에

  달빛을 비춰줍니다

  고요의 숨소리가 들립니다

  달빛도 긴 그림자의 그늘을 접고

  나뭇가지에 어깨를 걸치고 앉아

  고요가 잠든 집을 지켜줍니다

 

  고요가 조용히 일어나 잠들려는 나를

  살짝 깨웁니다

  눈뜬 별들의 바다가 깊습니다

  나도 살짝 별들의 어깨에 기대봅니다

 

  잠이 다 달아났습니다

  달빛이 혼자 출렁이며 은하를 건너갑니다

  은하 속에서 달의 숨소리가 들립니다

  저 깊은 은하 속으로 한 사람이 흘러갑니다

 

 

 

 

 

 

 

 

 

 

 


 

신작시_이영춘.png

이영춘  l

1976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시시포스의 돌』 『시간의 옆구리』 『봉평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따뜻한 편지』 『오늘은 같은 길을 세 번 건넜다』 『그 뼈가 아파서 울었다』, 시선집 『들풀』 등, 번역시집 『해, 저 붉은 얼굴』 등, 시 해설집 『시와 함께, 독자와 함께!』 등이 있음. 〈윤동주문학상〉〈고산문학대상〉〈유심작품상〉〈난설헌시문학상〉〈김삿갓문학상〉 등 수상.

 

 

 

—

2024년 1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