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015
Extra Form Output
저자 최세운 

 겨울의 공터

 

​

​

​

  개다리소반은 나의 공터 내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림을 그리다 눈을 감고 비듬을 털었다 소반 위에서 바람이 불고 눈 같은 비듬이 내리면 누워 있는 아버지는 잔기침을 뱉었다 붉은 눈덩이가 나올 때까지 집 전체가 들썩였다

​

  비듬을 다 털었으면 잘 불어줘야 해 까맣게 죽은 나무들은 내 얼굴에 대고 바람을 불었다 밥을 먹을 때면 궁금해졌다 우리 집은 과연 수수깡일까 아버지는 전기장판 위에서 물을 흘리는 것을 알까 머리카락과 침을 흘리는 눈사람 청소부에서 이모로 바뀐 어머니는 아버지의 몸을 손님상처럼 훔쳤다

​

  선생님은 부반장을 데려왔고 가발을 쓴 아버지는 관에 눕혀졌다 훨씬 좋아 보여요 누군가 눈사람에게 목도리를 감아주고 누군가 깔깔한 장갑과 버선을 신겨주고 누군가 눈뭉치 같은 솜을 아버지의 입속에 틀어넣었다

​

  손등은 화장실 타일처럼 터져갔지만 겨울이 좋았다 운구를 마친 나무들은 전구처럼 줄지어 산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가 내심, 내 비듬 털기를 부러워했다고 어둠의 소반 하나를 가져다가 비듬을 털고 있다고, 어머니의 어깨 위에 쌓이는 눈을 보며 휘파람만 불었다

 

 

 

 

 

 

 

 

 

 

201512썸네일_최세운.jpg

최세운
  전북 전주 출생. 2014년 《현대시》로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5.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