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 저자 | 최호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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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머리에 해골을 항상 넣어가지고 다니는 개가 걸어간다 그때 영원히 사랑해라는 짧은 문장을 받았다 손가락으로 영원을 잠시 만져 보았다 온 산이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고 말할 때 영원은 여기서부터 걸어서 어디까지 가야 하나 영원을 봉투 속에 든 돈처럼 꺼내 세어본다 단풍이 단풍잎 속으로 하나씩 걸어 들어간다
개를 만진다
사랑해를 만진다
단풍을 만진다
조용한 커피잔을
죽어서야 만질 수 있는 커피숍 종업원의 하얀 목덜미를, 가랑이 사이를 만져본다
가랑이 사이에는 음모가 무성하고
그녀의 배가 불러온다
다 읽어버린 책을 주욱 찢어버린다
뜨거운 커피잔을 뒤집어쓴 아이가 태어난다
그 아이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것 같다
새로운 책을 읽으며
커피가 식을 때까지
몹시 뜨거워하는 것 같았다

최호일
충남 서천 출생. 200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바나나의 웃음』이 있음.
울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5.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