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 저자 | 이이체 | ||
|---|---|---|---|
門
이 귀는 비밀을 발가벗어야 열린다
새벽 무렵, 송장들은 이슬을 뒤집어쓴 채 데워진다
사경(死境)의 기후는 그토록 뜨거운가
파괴와 정들면 불안에 길들여지는 법이다
신음으로부터 누락된 통증
잡초는 고요의 방향에 따라 흔들리기도 한다
우주에서는 활발하게 움직여도 망설임에 불과하다
흰 애액을 토한 엽총이 널브러져 있다
육성(肉聲)은 몸을 끓여 우는 소리의 껍데기일 뿐
몸을 잃고 싶은 소리들은 발작한다
공기의 간질병인 것이다
미친 새는 하늘이 죽어 썩은 둥지를 되찾아온다
벽은 낮 동안 그늘을 쓸어 담을 터
악사들이 욕정의 누더기들을 그려내고 있다
벙어리에게 읽히는 말의 포말들
헌 이불을 휘젓자, 응고된 노래들이 들썩거린다

이이체
1988년 충북 청주 출생.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2008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죽은 눈을 위한 송가』, 산문집 『당신을 헤매다』가 있음.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5.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