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017
Extra Form Output
저자 문리보 

들꽃

 

 

우리 할머니 타박타박 걸어가던 그 길에

발자국마다 뚝 뚝

배고픈 내 새끼 눈망울 같은

초롱초롱 별꽃이 피었더란다

우리 아버지 후들후들 걸어가던 그 길에

발자국마다 뚝 뚝

옹기종기 삼남매 닮은

노오란 민들레가 피었더란다

내가 걷는 이 길은

우리 할머니보다 우리 아버지보다

아주 아주 조금만 팍팍한 것인데

어째서 발자국마다 뚝 뚝

꽃다지 냉이꽃 제비꽃

이 세상에 태어난 작은 풀꽃들은 아마도

앞서간 서러운 발이

뒤따르는 서러운 발에게

말하지 않아도 네 설움 내가 다 안다고

방울방울

눈물로 피우고 간 염화미소(拈華微笑)더란다

 

 

 

 

 

 

 

 

 

 

 

 

 

 

 

신작시(문리보).jpg

문리보 ㅣ

2015년 《유심》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