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저자 | 김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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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마른 강 위로 물이 불면서 바닥의 납작 돌들도 몸을 뒤채었다
오래된 애인의 눈두덩이 시나브로 젖어가는 소리가 들리었다
몇 마리의 피라미와 한때의 다슬기들이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
늙은 어머니의 먼 눈빛이 몰아치는 빗물에 아득히 가라앉으며
그 모든 세상의 경계를 조금씩 지우고 또 지우고 있었다
나는 거대한 수뽕나무의 수맥을 따라 굽이쳐가는 뿌리를 사랑했다
오디를 맺지 못하지만 사철 오디를 머금고 있는 사람은 담대하다
강물 위로 빗물이 떨어지고 그 파문이 강변의 잎사귀를 흔들었다
입술을 꾹 다물고 비가 내린 강물을 오랫동안 보고 있노니,
흠뻑 날개가 젖은 물안개가 고요한 잿빛으로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어제는 비가 오셨고 오늘은 적막한 슬픔 위로 몽돌의 낯빛이 갰다

김산 ㅣ
충남 논산 출생. 2007년 《시인세계》 등단. 시집 『키키』 『치명』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9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