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저자 | 복효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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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를 위한 변명
무적의 기마병단을 가진 제국의 황제는
오늘 밤 한 마리 모기가 두렵다
제국 때문이다
그러나 한낱 모기는 천하의 제왕도 두렵지 않다
똑같이 피에 굶주려 있지만
제국을 가진 자보다
제국 따윈 안중에도 없는 모기가 더 무서운 것이다
천하를 피로 물들이고도
그 놈의 천하 때문에 편한 잠 못 이루는 제왕은
한 마리 모기에게 명령하지 못한다
제왕의 피를 맛본 자는 이 왕국에서 모기 말고는 없다
모기가 황제보다 행복하단 말은 아니다
제국을 걱정할 일도 없이
한 마리 모기 따윈 두렵지 않은 당신,
당신이 황제보다 더 무섭다는 얘기다
그러니 자 건배!

복효근 ㅣ
1991년 《시와시학》 등단.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목련꽃 브라자』 『마늘촛불』 『따뜻한 외면』 『운동장 편지』 『꽃 아닌 것 없다』 등, 시선집 『어느 대나무의 고백』이 있음. 〈편운문학상〉〈시와시학상〉〈신석정문학상〉 수상. 현재 남원 송동중학교 근무.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9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