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저자 | 김인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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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변명
서른세 살,
죽음을 선물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널브러진 몸을 적당히 구부려 넣은 마음에
쓰다 만 자서전 같은 휜 대못을 박고
아이 하나 낳아보지 않은 몸을 오각형
꽃잎 속에 말아 넣으며 벌레 먹은 푸른 잎사귀
그 구멍 너머로 사라지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시기와 증오로 가득한 악의 화살을 품은
족속들이 부르는 화음 따위는 던져버려!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만 부르기에도 모자라는 백년
어차피 목 놓아 부를 수 없는 노래라면
서른세 살이란 나이는
모든 걸 받아들이기에는 어리숙한 나이
모든 걸 받아들이지 않기에는 너무 명랑한 나이
모든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나만의 화석을 문지르며
사라져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아무도 모르게 한 마리 애벌레처럼 세상 모퉁이 기어다니다
뒤집혀진 딱정벌레 발버둥처럼 나뭇잎에 몸을 맡기는
파리한 생애가 남기는 유언 따라가 보고 싶지만
아직 내 나이는 서른세 살에 다다르지 않아
기억도, 추억도 한없이 짧기만 한 나쁜 밤.

김인구 ㅣ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시와의식》에 작품 발표로 활동 시작. 시집 『다시 꽃으로 태어나는 너에게』
『신림동 연가』 『아름다운 비밀』 『굿바이, 자화상』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7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