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017
Extra Form Output
저자 김정애 

 

꽃을 번역하는 저녁

 

 

 

철거라는 꽃이 그들을 붙들었다

피 냄새가 살고 있는 세상을 돌아

어둠이 된 몸을 끌고 철거촌에서 저물었다

힐긋거리는 세상의 시선들은

비뚤어진 쓰레기통에 쑤셔 박고

최초의 집이라도 되는 듯 두 발을 뻗어보는데

죽음이란 놈이 먼저 와서 꽃을 번역하고 있다

길길이 날뛰던 아내도

무뎌진 발톱과

속울음까지 닮아 있는

길고양이들의 문패를 만져보면서

낯설지 않은 이름들을 끼워 넣는다

검둥이 삼색이 영식이 영철이

85호 크레인보다 높은 잠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는 잠

하늘을 조몰락거리면서 아파트 시세를 향해 부채질하는 저녁

도시의 잉여 존재로 남겨진 그들은

정책이 피워낸 꽃의 말을 해독하지 못하고

자세가 흐트러지길 끈질기게 기다리는 청기와 앞에서

꼿꼿한 감정의 페이지를 번역하고 있다

죽음이란 말도 어쩌지 못하는

붉은 스프레이의 꽃잎을 탐독하려 한다.

 

 

 

 

 

 

 

 

 

 

신작시(김정애).jpg

김정애 ㅣ

전남 여수 출생. 2013년 《무등일보》 등단. 〈여수해양문학상〉〈하동소재문학상〉 수상. 전남 문화관광재단 문예진흥기금을 수혜. 현재 여수작가회의, 〈화요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