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저자 | 박우담 | ||
|---|---|---|---|
오목렌즈 港
1
바람 속에는 수만 개의 영혼이 있다.
검은 해를 품은 포구로
바람이 나를 끌고 나간다.
고향을 향한 걸음으로
2
앙칼진 바람이 온갖 말로 유혹하며
내 귓전을 스쳐 지나간다.
그건
바다와 육지에서 고통을 당하리란
예언일까.
3
고통은 근원을 찾아가는 첫걸음
검은 옷을 입은 아버지가 복도 건너편에서
다가와
관습대로 내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오랜 고통 탓인지 나는
빛을 따라 굽이치는 검은 물결을 보며
아버지와 속삭이기 시작했다.
나는 단조풍의 목소리와 호흡으로
그리하여
내 혈관 속에 흐르는 아버지의 피를 느꼈다.
4
바람 속에는 떠돌다가
공중에 멎어 있는 영혼이 있다.
나는 침대에 누워 있는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보고 있다.

박우담 ㅣ
경남 진주 출생. 2004년 《시사사》 등단. 시집 『시간의 노숙자』 『구름 트렁크』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6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