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저자 | 이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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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성명서
볕 들지 않은 사흘 만에 혁명은 시작되었다
들뜬 벽지가 투두둑 휘어져 내리고
습기에 못 이겨 부러지는 무게,
사과는 갈변했고 접시의 깨진 이는 돋았다
냉장고 밑으로 흘러나오는 결기가
필력으로 고여 드는 오전 열 시,
벽면 구석에서부터 무관심은 모의되었다
더 이상 기억하지 않은 것만이 증식한다
방은 이제 곰팡이에 기생하려는지
모서리가 허물어질 때까지
짙푸른 영역을 점령 중이다
버려진 말들이 콘크리트 바닥까지 확장하며
부풀어 오르는데 창문의 표면은
포획된 홀씨로 단호하고 퀴퀴하다
구불구불 슬어 올라가는 문장들
가볍게 천장 구석구석 낭독해간다
사소한 포자들이 시커멓게 껴오는,
푸른곰팡이가 방문을 밀고 나오고 있다

이 필 ㅣ
경북 영주 출생. 2016년 《문학사상》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5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