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소호 | ||
|---|---|---|---|
네가 살지 않는 상하이
네가 그린 그림은 너무 작아 역전에 쭈그리고 앉아 우는 꽈배기 양변기에 갈긴 미더덕 나는 집을 너는 하구를 나루를 그렸다 와이탄과 고무장화 늙은 반찬과 추시계를 캐 먹는 신천지. 찢어진 도시 사이 가져다 붙인 다리 거긴 우리의 작은 섬이었지 산성비를 맞은 레몬나무 아래서 서로를 물어뜯을 뿐 죽일 줄 몰랐지 까닭 없이 산책은 늘 고단했지 우리는 먼 곳에서 더 먼 곳을 향해 걸었다 각자의 벽에 걸린 뒤에야 서로를 보았다 푸른 비눗방울들이 네 손바닥 위에서 툭툭 터지는 광경을 먼지 구덩이 속에서 마른 세수를 하는 비둘기를 수은을 덧칠한 유리창에 거꾸로 매달린 내 얼굴. 불붙은 액자에 머리를 비빈다 성조와 리듬 사회주의자처럼 만두처럼 찜통에서 죽고 입김에 젖어가던 4월 네가 그린 하구에 나루에 난파된 배 위에 못으로 그린 초상화 뚜이부치 더러운 여행이었지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섬 안의 두 사람. 밤이 우산을*, 새긴다 우산이 밤을, 찢는다 트렁크에 질경이를 심던 미장이들이 축대 없이 지은 호스텔 자개장롱에서 쏟아지는 솜이불 더블 침대에 홀로 누워 살점을 다 떼어낸 사람들이 규칙 없이 걷는 광장을, 바라보는 일 칼자국이 난 돌멩이들에게 치여, 죽는 일 먼 세계에 버려진 후에야 우리는 그릴 수 있었다
*장대비가 쏟아져도 중국의 연인들은 함께 우산을 쓰지 않는다. 발음처럼, 伞이 散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소호ㅣ
2014년 《현대시》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4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