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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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덕규 

   

  

 

 

 

 거울 보는 포유류

   

   

 

 

 

아시다시피 인간은

거울 때문에 불행해졌다.

거울을 보면서 제 몰골을 가꾸기 시작했다.

이마를 펴보고 코를 눌러 보곤 했다.

감추고 지우고 바르고 하느라

지각을 일삼기도 했다.

거울을 보다가 너 누구니 하고 물어서

아득한 시간에 침잠해 있기도 했다.

그걸 내장 속에 넣기까지 한다.

카지노 객장에는 거울을 걸지 않는다.

 

거울만 아니라면 인간은

참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걸 알거나 알지 못하거나

거울에서 멀어질 수 없다.

거울을 보는 인간은

가끔 거울 속으로 들어간다.

패인 골 주름 사이를 헤쳐

그 옛날 골짜기에서 흐르는 시냇물

거기 놀던 송사리 떼를 건져 올리기도 한다.

그 사이 거울이 깨지면 못 돌아오기도 한다.

 

개는 거울을 볼 생각이 없다.

사자는 두려움 때문에 거울을 보지 않는다.

벌레는 거울 위에서 미끄럼을 타기도 한다.

인간은 거울을 깨면 피를 흘린다.

인간은 거울이 없던 시절을 상상하지 않는다.

인간은 거울을 보는 동안 귀가 먼다.

눈까지 머는 때도 있다.

거울에 비친 저녁놀에 취해

마침내 거울 든 손을 놓아버릴 때

인간은 욕망의 족쇄를 풀고 깊은 잠에 든다.

 

 

 

 

 

 

 

 

 

 

 


 

신작시_박덕규.jpg

박덕규  ■ 

1980년 《시운동》 등단. 시집 『아름다운 사냥』 『골목을 나는 나비』 『날 두고 가라』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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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호(VOL.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