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김경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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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에서 하루
귀를 막은 채 섬인 듯, 섬이 아닌 듯
바닷가에 서 있다
길을 잃은 바람이 늙은 뱃머리에 제 몸을 던진다
폐업한 횟집 작은 창문으로 나를 밀고 들어온 바다가 출렁거린다
구름이 창문에 색을 입혀도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뭍에 떠 있는 폐선
더는 길을 나서지 않겠다는 듯 녹슨 닻을 저만치 두었다
물고기의 눈이 닿았던 배 밑바닥, 따개비가 상형문자를 써놓았다
부서진 수족관 유리 파편이 잘게 잘라내는 시간 빠르게 지나간다
창문 속에 갇혀 있다가 빠져나온 나는
내 몸속에서 가장 뜨거운 눈물을 꺼내 바다에 놓아주고
귀를 열어서 보이지 않는 소리를 깊이 밀어 넣고
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한다
뒤돌아보지 않는 바람이
바다를 한껏 접어 밀고 가면서
흰 꽃숭어리를 자꾸만 내어준다
발밑에서 모래지치 꽃이 취산 꽃차례로 피어난다

김경성 ■
2010년 《미네르바》 등단. 시집 『와온』 『내가 붉었던 것처럼 당신도 붉다』가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