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김미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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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개천
벌써 끝내려고? 하는 소리가 벽 뒤에서 들렸다.
벌써 끝난 사람은 좋겠다, 우리 둘 중에 누가 그렇게 말했고
그 말은 진심 같았다.
골목을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람들은 조금 실망한 표정이었는데
저 위에 끝이 없어서라기보다 끝이 이상한 모양으로 굽어 있어서.
좀 더 해보려고 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아 더 이상 기웃거리지 않고 내려왔다.
6월의 향나무가 폐가의 담장 밖으로 뻗어 나와 사선으로 높이 솟아 있었고
저 나무 끝이 향한 곳이 어디든 두 무릎은 꼭 모으고 앉아야지 생각했는데
그게 향나무하고 무슨 상관인지 나도 내내 궁금했다.
저 향나무 때문에 나중에 여기 온 게 다시 생각나면 여기서 우리가 끝내지 못한 것도 알게 될지 모르지만
그런 게 기억날 리 없지.
그날의 메모를 봐도 네 얼굴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조금 더 가니 콘크리트 바닥의 갈라진 틈으로 더운 김이 오르고 있었고
근처에 목욕탕이 있다면 들렀다 가고 싶었고
그것은 이 이야기의 좋은 전환점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길이 갑자기 넓어진다.

김미령 ■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 『파도의 새로운 양상』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