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박병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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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숲 1
옮긴이가 서로 다른 책이 도착했다 먼저 읽은 책의 행간에 새 책의 풀이가 끼자 4행이 5행이 되었다 간격이 간극을 비질한다 종지 같은 텍스트마다 물이 찰랑인다 가만 보니 간격과 간격에 사이와 간극과 간극에 틈이 밟힐 재간이 없다 간격은 끼어들어도 간극은 빠져나올 수 없다 한번은 숲을 나눠 가지다 마주친 적 있는 눈빛이 사이와 틈을 방해한다 친절은 사족이다 사족이 길어지면 늙은 거라는데 호치키스로 서문을 봉한다 없는 시간을 쪼개어 불안을 채우다 말고 폐허를 들여다본다 나는 언제부턴가 집중력이 떨어졌다 윤사월이라고 꽃이 한 번 더 피는 게 아니다. 멈춘다 읽기를
1-1
ㅡ 저녁이 와서
바람이 인다 꽃도 아이도 불안처럼 웅크리다가 썩을 것이다 식탁을 이해한 도마 소리가 경사를 이룬다 쓰레기봉지를 꾹꾹 눌러 먼지를 갈아끼운다 꽃을 받아드는 찰나는 언제나 가장 푸른 의역이다 주어이기를 포기한 이명(異名)을 나는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책의 옆 모습이 꽃의 간극이다 저녁이 왔다 투명하게 피어나던 것들이 숲을 다 태웠다

박병란 ■
2011년 《발견》 등단. 시집 『우리는 안으면 왜 울 것 같습니까』(2020 아르코 상반기 우수문학도서)가 있음. 2019년 경기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