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조명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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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바닷가 우동집이었다
내가 아는 라임은 초록이거나 노랑인데 우동이 블루
초록과 노랑과 블루의 의자가 우동집 포토존에 있고 역광이었다 나는 석양을 보러 코타키나발루에 가고 싶다 했고
너는 의자만 있으면 된다 했다 아침엔 뜨는 해를 보고 저녁엔 의자를 돌려 지는 해를 보자 했다
그다음엔 종일 누워 태양의 전신을 보자 했다
남녘은 모든 핑계가 따뜻해지는 곳
펼쳐놓은 비치파라솔 안으로 수많은 핑계들이 쏟아질 것 같았다
사람들은 백사장에 이름을 새기고 하트를 그리고 그 안에 화살을 꽂다가 어두워지면 축포를 쏘아 올리겠지만
나의 겨울은 사과가 블루로 익어갔다
라임과 블루는 서로 다른 나무에 열렸고 간판과 메뉴를 들여다볼 겨를 없이 손님이 북적이는데
우리는 블루에 떨어진 사과의 꼭지
꽂을 수 없는

조명희 ■
2012년 《시사사》 등단. 2020년 대전문화재단 창작지원금,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기금 수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