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조해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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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지 않은 책들
나는 벗겨진 슬리퍼를 다시 주워 신고 그의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오늘은 그가 책과 빵을 나누어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환상동물과 절지동물과 예언하는 문어의 역사 날개가 하나씩 달린 두 마리 새가 하나의 몸이 되어 날아간다는 중국 전설
하나같이 재미있어 보인다 나는 말하고 그가 자신이 소장한 책 제목을 줄줄 읊는데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고 창틈에 쌓여 있던 먼지가 날아간다
그와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빠진 보도블록을 채우는 사람들 그곳을 통하지 않고 돌아가는 사람들 마르지 않은 시멘트 위로 낙엽이 떨어진다
방금까지 있던 카페 간판을 올려다보며 그것의 한 귀퉁이를 조금 떼어내어 주머니에 넣는다 슬리퍼가 너무 짧아서 발이 숨겨지지 않는다

조해주 ■
2019년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로 작품 활동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