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신휘 | ||
|---|---|---|---|
오랜 분가
올해도 어김없이,
당신 없는 밭머리에 봄이 찾아왔습니다
겨우내 말려둔 쪽파 씨 가져다
가난한 밭둑에 옮겨 심습니다
씨 쪼개 농사짓는 일이 오랜 대물림 같아서
당신의 옛집 너머 내걸린 낮달
조심스레 불러내 봅니다
ㅡ 무릇 종부의 일이란 대를 잇는 일이다
고단했던 시집살이 조부의 말씀에 놀라
이승에서 가장 먼 촌락으로 쫓기듯 살아온
당신의 생애
오늘은 내 가난한 손톱 끝에도 아린 달 떠
한 쪽 두 쪽,
금쪽같은 씨앗 자식처럼 펴놓고
아무도 없는 빈 고랑에 파묻습니다
불임처럼 척박했던
당신의 오랜 분가를 기억합니다

신 휘 ■
1995년 《오늘의문학》 등단. 시집 『운주사에 가고 싶다』, 『꽃이라는 말이 있다』 등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