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이명윤 | ||
|---|---|---|---|
복지과 가는 길
복도를 걷는데 등 뒤에서
달그락달그락 운다
구두 뒷굽의 구멍이 돌을 삼킨 것
노인이 걸음을 뗄 때마다 어느 날
구두를 찾아온 슬픔이 말을 거는 것이다
이 건물엔 복지과가 없다는 말은
도무지 들은 체 않고 달그락달그락,
풀 한 포기 없는 복도를 따라오며
연신 중얼중얼거린다
먼 나라 어느 부족의 주문 같은
중얼중얼, 바람이 불 때마다
어디선가 노인의 가슴이 삼킨 돌들이
정신없이 말을 거는 것이다
달그락달그락 쯤이야 거꾸로 뒤집어
탁탁 치고 그래도 안되면
쿠폰 한 장으로 조용할 수 있겠지만
중얼중얼은 어떻게 하지
달그락달그락, 중얼중얼,
말을 탄 노인이
쉬지 않고 황야를 달린다
분명 이 세계 어디엔가
태양처럼 떠 있을,
복지과를 찾아서

이명윤 ■
2007년 《시안》 등단. 시집 『수화기 속의 여자』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이 있음. 〈전태일문학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