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강신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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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된 마을
ㅡ1954년, 스타니슬라프 슈칼스키 그림

태양을 쫓다 각막에 구멍이 난 채로
사막을 헤매던 슈칼스키
신기루 같은 연못을 발견하고 허겁지겁 목을 축이다
물속에 가라앉은 마을을 보았다
자신이 그린 성전 같기도 하고 달팽이
탑 같기도 한 건물 속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영감과
미켈란젤로의 근육과
로댕의 관능으로 이룩한 조각상들이
거꾸로 잠겨 있었다
한 아름도 안 되는 물가에 깊이는 헤아릴 수 없어
온몸을 기울여 손을 뻗어보았지만
청동의 분신들은 푸른 바닥 더 멀리 가라앉았다
슈칼스키는 헉헉 울며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교통사고 당한
아버지의 시신을 메고 와 해부할 정도로
아버지를 사랑하였고
그렇게 배운 해부학으로
신체를 학대하기를 즐겼던 이십 세기를
수백 점 뒤틀린 조각상으로 남겨놓았다
전쟁은 이 슬라브인의 작품들을 모두 폭파해버렸고
조국 폴란드는 그를 원치 않았다
물에 잠긴 그의 뇌는 뛰어난 도록(圖錄)이었으나
영광의 시절을 추억으로 고문할 뿐이었다
숨을 몰아쉬려
머리를 든 슈칼스키는 깜짝 놀랐다
이 가련한 천재의 물에 비친 모습은
자신이 만들어 쓴 알파벳처럼
어깨 구부정한 백발의 프랑켄슈타인
낯선 미래였다

강신애 ■
1996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서랍이 있는 두 겹의 방』 『불타는 기린』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 가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