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강영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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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탄체크*를 짜는 방식
당신은 나와 다정하게 지내기를 원하지만
다정하지 못 하고
나는 당신에게 아무 말도 안하지만
아무 말이나 할 수 있을 만큼
당신을 사랑한다
굵기가 다른 두 마음은 자주 엇갈려
당신과 나 사이, 교차로가 생긴다
그럴 때 당신은 고양이가 죽어나간 골목처럼
사각지대를 번식시킨다
나의 골목은 길고
당신의 점프는 바닥을 향해 망설임 없이 뛰어내린다
당신의 감정이 담장 위에 앉은 고양이 같아
속도와 나 사이, 바닥이 생긴다
타탄체크 무늬 같은 바둑판 위에서 바닥을 점검한다
흰 돌을 쥔 당신 앞에서
다섯 점을 미리 깐 나의 검은 돌은 허둥댄다
바닥과 나 사이, 벽이 세워진다
타탄체크 무늬를 뒤집어쓴 당신이 벽을 지난다
통곡하는 벽을 지나가기도 전에 당신의 목덜미가 붉게 물든다
그럴 때 당신을 무어라 부를까,
눈자위가 검고 큰 아랍 남자 같다고 할까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당신과 나 사이, 겹겹 생각이 쌓인다
나는 생각한다
타탄체크 무늬는 총알과 상관없다
타탄체크 무늬는 종교와 무관하다
지나간 당신은 의미를 고집하고 다가올 당신은 의미를 버린다
당신과 나 사이, 교차로가 완성된다
우리는 아무 말이나 하면서 다정해지고
아무 말 없이 멀어져 간다
당신은 세로고 나는 가로다
*선의 굵기가 서로 다른 서너 가지 색을 바둑판처럼 엇갈려 놓은 무늬.

강영은 ■
2000년 《미네르바》 등단. 시집 『녹색비단구렁이』 『최초의 그늘』 『풀등, 바다의 등』 『마고의 항아리』 『상냥한 시론』 등, 시선집 『눈잣나무에 부치는 詩』가 있음. 〈시예술상우수작품상〉 〈한국시문학상〉 〈한국문협작가상〉 <문학청춘작품상〉 수상. 2014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2015년 세종우수도서 선정, 2018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