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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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명은 

그리고 우리는 만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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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와 동생이 가끔 꿈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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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한 외할머니는 걸음이 나보다 빨랐지만

숨 못 쉬어 돌아가셨다

젊은 동생도 겨울 초입에서 숨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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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안쪽에서 숨 가쁜 시간이 글그렁글그렁

오래된 암석이 덩어리째 떨어져 나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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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먹은 눈으로 사람이 사람을 비껴간다

무리에서 사냥감인 사람이

먼저 사라진다 숨 끊길 때까지 사냥꾼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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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안과 밖 암흑선이 겹겹이다

동물들이 동면에 드는 수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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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가 젖는다 두 눈 사이는 영하의 기온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필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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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도깨비의 파란 담요 한 장이 빠져나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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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들은 말없이 바라볼 뿐

마지막 숨이 입을 벌린다

 

혓바닥 안쪽에 남아 있는 말이 따뜻하다

겨울의 발등에서 게발선인장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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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_김명은.jpeg

김명은​ ​​■

2008년 《시와시학》 등단. 시집 『사이프러스의 긴 팔』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