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진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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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가을
오늘 하루 무슨 일 있었느냐 묻는
너는 오늘 하루 무슨 일 있었느냐
내 마음이 어떠냐고 묻지 않는 너를
가슴에 다 묻어놨더니
나오는 말마다 가시가 돋았다
내일은 이 가슴에 염증 나는 것들을 죄다
폐기해버릴까 보다
밤마다 그 생각하다 눅눅해진다
하필 왜 너인가, 가위 눌리는 꿈들
오다 마는 시의 고백들
그래도 좀 더 가 보자
그래도 좀 더 나를 참아 눌러놓자
그렇게 나를 이겨내는 일이
가장 무겁고 자지러지는 일
가을이 쉽게 오고 가볍게 훌쩍 간다 한들
겹겹이 쌓인 현기증에 훌쩍 적셔진다고 한들
병색이 깊어 입술을 훌쩍 숨겨버린다 한들

진란 ㅣ
2002년 《주변인과詩》 등단. 시집 『혼자 노는 숲』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