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강기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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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관
텅 빈 관을 놓고 장례를 치른다
몸이 식기 전 딴저테이는 실려갔다
지금쯤 간과 신장, 각막과 피부가
차례차례 적출되고 벗겨지고 있을 것이다
단신의 몸뚱이가
텅 빈 관이 되고 있는 동안
창 밖 벚나무 흐드득흐드득 꽃잎을 벗는다
단속반에 쫓겨 추락하는 젊음처럼
새삼스레 빼낼 것도 없이
간, 쓸개 다 빼어 놓고 살았다 했다
검은 구덩이 속 납작했던 날들
골분을 찾아가겠느냐
동료들에게 물었을 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혼(魂)과 백(魄)의 자리는 어디쯤일까
귀(鬼)는 귀(歸)라 했으니
삼혼은 구름으로
칠백은 흙으로 돌려놓고
빈 몸으로 가벼이 그는
한국으로 돌아올 것인가
미얀마로 돌아갈 것인가
염(殮)도, 곡(哭)도 없이 조용한 독경 속에
스물다섯, 딴저테이의 빈 관이
사라진 상제나비 날개처럼
열렸다 닫힌다

강기원 ㅣ
1997년 《작가세계》 등단, 2014년 《동시마중》 발표로 동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 『바다로 가득 찬 책』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지중해의 피』, 시화집 『내 안의 붉은 사막』, 동시집 『토마토개구리』 『눈치 보는 넙치』 『지느러미 달린 책』 이 있음. 김수영문학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