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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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준 

21세기 벽암록(碧巖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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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自信)을 못 믿는데

어디서 자신(自身)을 찾겠나

청사(廳舍)와 의사당(議事堂)의 부조리나 채굴하려다

속아온 길

구만리(九萬里)

날마다 수염을 깎고

베고 잤던 무릎에다 대못을 치네

저를 잃어버리고도 저리 말짱한

물그림자에게만이라도

제대로 보이고 싶어서

 

천년 바람의 가야금 줄도 실은

몹쓸 인종사(人種史)처럼 소용없는 것

어떻게 걸어왔는가를 고백하라면

한나절은 말할 수 있지

그게 설혹 구만리 허황(虛荒)일지라도

변명이란 나를 속여 온 나의

절반의 절반에도 못 미칠 얘기

 

아직은 멀쩡한 두 주먹으로

머리 쥐어박으며 걸어가다

옛 스승들처럼 홀연히 증발해버린다 해도

세간(世間)에서의 울화(鬱火)를

어찌 우화(寓話)였다 말하지 않을 수 있으리

나를 지나오고 있던 나를

눈 뜨면 솟아 있는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잔소리나 들으며

못 박힌 무릎 절뚝이는 오늘을

 

아, 그러니 실패는 내 어머니가 아니셨네

이번 생은 성공했다 할 수 없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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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 ㅣ

강원 정선 출생. 1984년 《월간문학》 등단. 1990년 《문학사상》 시, 1995년 《중앙일보》 시조 당선. 시집 『너 아직 거기서』 『개』 『나 없는 세상에 던진다』 『뿔라부안라뚜 해안의 고양이』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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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