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김성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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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
사흘 내리 비가 온 산기슭을 밟는다
가랑잎 사이로 움푹움푹 들어가는 발자국
넓적바위 위에 앉아 소금 땀을 말리는데
바짓단을 타고 오르는 붉은 지네 한 마리
그가 이 산을 오르면서 어지럽힌 발자국들이
다족류로 다시 태어나 꿈틀거린다
거미줄 속에는 바람이 숨어 있고
숨은 바람은 거미줄을 자꾸만 튕겨낸다
햇살이 춤을 추는 그곳 아래
삭막이 있고 적막이 있고 그가 살았다
어디론가 내려간 그는 좀처럼 돌아오지 못했다
막배가 뜨지 않는 날도
눈 속에 파묻히는 날도 있었을 것이다
마디마디 몸 감쌌던 발들이 잘못 헛디뎌
흰 가루로 빻아졌는지,
사나흘 채반에 꼬들꼬들 말려지고 있지는 않은지,
어깨 움츠려 난간에 앉는다
아이들 소리 발밑에 깔고
바람의 뒷장까지 샅샅이 넘기다 보면
당신이란 門, 내겐 늘 새벽 한 시 같은,
공원 앞 구석진 곳에서
사방으로 뻗었던 발들이 핀셋에 잡힌 것처럼
꼼짝없이 함께 붙어 있는 악각(顎脚)의 그림자
골목 모퉁이를 돌아
점점 가까이 좁혀가는 내 발자국 소리,
초승달 몸 바짝 틀어 비트는
문득, 서늘한 밤

김성신 ㅣ
전남 장흥 출생. 201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등단. 광주대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재학 중.
월간 웹진 공정한시인의 사회 2019년 03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