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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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문자 

고백의 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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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종점에 서서 오래 금요일을 기다렸다

 

고백하려고

개 한 마리처럼 자꾸 손을 내밀었다

 

고백은 나의 벽돌로 만든 나의 빨간 지붕이 달린 아직 아무도 열어보지 못한 창문 같기도 하고 창문 아래 두고 간 그 사람 같고 저렇게 마른 꽃잎처럼 부스러지는 허공 같고 흰 구름 같고 비바람 불고 후드득 빗방울 날리는 그것이 눈보라 같아서 내 몸 같아서 나는 고백할 수 있을까?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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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 하얀 운동화를 신고 철야기도 하러 간다 걸어서 가는 길에 손이 닿지 않는 구름이 있어서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구름이라 더 좋았다 구름 있는 옆에 흰 구름이 있는 것처럼 회현역 근처 흰 구름 밑에서 더러운 봉지들을 찢어버렸다 긴 시간 목이 탔던 증발접시를 깨뜨리고 거대한 절벽 하나를 밀어버렸다 무거웠던 내가 해체되는 굉음이 흰 구름 속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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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색으로 기도했다 손으로 만들지 않고 새로 태어나는 외로움으로 기도했다 눈물나게 던져도 하얗게 죽지 않는 뼈들이 기도 내내 서성거려주었다 주기도문을 외우고 나서 신과 한없이 더 멀어지는 느낌 자꾸 옥타브 밖으로 나가려는 나에게 기도는 흰 털실로 짜둔 폭설이었다 뺨을 갈기는 눈보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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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지워져 안 보이는 오늘 기도는

희디흰 조팝나무 꽃잎들을 내게 쥐어주었다

온몸이 설산의 흰 구름이 되고 싶다고 기도했다

심야버스 타고 오는데 조팝나무 꽃송이 하나가 구름처럼 피어났다

눈보라였다 눈보라로 만든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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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_최문자.jpeg

최문자 ㅣ

서울 출생. 1982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사과 사이사이 새』 『파의 목소리』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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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시인의 사회 2019년 03월